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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일주] 여행은 비행기에서 시작된다 : 삿포로행 진에어 탑승기 (8/28, 출국)

박수8 2017. 9. 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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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일주] 여행은 비행기에서 시작된다 : 삿포로행 진에어 탑승기 (8/28, 출국)


삿포로 치토세 공항의 푸른 하늘

(공기가 시원하다. 북쪽이 맞는 것 같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

사람들은 여행을 떠날 때 언제가 가장 설레일까?

비행기가 활주로를 막 내달리기 시작할 때, 비행기에 등과 머리가 강하게 밀착될 때, 나는 그때가 가장 설렌다. 그 짜릿한 순간을 상상하니 공항으로 당장 가고 싶어졌다.


여유 시간을 넉넉하게 두고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어딜 가든 아주 넉넉하게 시간을 계산해도 1시간 정도는 남도록 계획 하는 편이다. 물론 그 때문에 남는 시간을 죽이려고 카페에 자주 가긴 하지만, 그래도 급하게 무언가를 하다보면 꼭 빠뜨리거나 실수하는 것들이 생겨서 몸에 밴 습관이다.




∆30L 등산용 가방에 매트를 멋지게 달았다.(원래는 등산용 스틱을 고정하는 고리라고 한다)



사실 제대로된 배낭여행이나 캠핑을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짐을 싸는데 좀 애를 먹었다. 캐리어를 하나 같이 가져갔지만 텐트와 솜침낭, 코펠과 버너를 넣으니 도무지 바닥 매트를 넣을 공간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원래는 배낭에 침낭과 매트를 멋지게 넣으려고 했는데, 그건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공항버스가 지나가는 정류장이 있었지만 여러모로 버스+인천공항철도를 이용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서 버스와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갔다.



  #공항에서의 3시간

내 마음은 이미 비행기를 타고 있는데, 시간은 더디게만 흘러간다. 1시 20분 출발 비행기를 기다리는 나는 10시 30분을 가리키는 시계를 보고 있다. 그렇게 지루한 시간은 아니었다. 미리 신청해두었던 유심(말톡이라는 업체에서 판매하는 8일 LTE무제한 유심을 구매했었다)을 찾아야 했는데 위치 안내가 너무 허술하고, 이리저리 위치를 바꿔가면서 영업을해서(인천공항에서 영업을 하지못하게 했다는 것 같은데 정확한 이유는 묻지 않았다) 유심을 찾는데에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렸다. 그 다음 환전을 위해서 도착층(1층) 맨 끝의 은행에서 미리 환전신청해둔 돈을 찾았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체크인을 하기에 적당한 시간이 되었다.


어깨와 손은 무겁게 마음은 가볍에 체크인을 향해 항공사 창구를 찾아갔다. 오늘 나를 삿포로 치토세공항에 데려다 줄 주인공은 진에어. 연초에 부모님과 다녀왔던 오사카 여행때의 인상이 아주 좋았던 항공사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선 체크인 창구, 와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기라인을 넘어서까지 길게 줄 서 있는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들.. 나는 이 뒤에 서야만하는 것인가..


∆준비된 대기라인을 넘어서까지 체크인을 기다리는 여행객들

(알고보니 중국을 향하는 어떤 비행기가 좀 늦게 출발하게 되어 발생한 일인것 같았다.)



항공사의 체크인창구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면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지루할 수 밖에 없다. 여권을 보여주고 몇 마디만 주고 받으면 모든 일이 끝나는 일, 체크인. 이것만 끝나면 무겁던 내 짐들을 다 사라질 것이고, 잠시 후 마법의 게이트만 통과하면 향수와 명품 그리고 각 국의 술과 담배들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면세품으로 가득찬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은 공간으로 갈 수 있다. 정말 다행인 것은 나는 면세점에서 찾을 물건도, 살 물건도 없었다.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렸을 때일까. 정말 내 앞에 5명도 남지 않았을 순간이었다. 감격의 체크인을 눈 앞에 두었던 그 때, 방송이 울렸다. 


"아직 삿포로 치토세 공항으로 가는 진에어 000편의 탑승수속을 마치지 않은 고객님께서는 지금 창구로..."


나는 왜 1시간을 초조하게 서서 기다렸던걸까. 그냥 옆에 의자에 앉아서 방송나올때까지 기다릴걸... 이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삿포로행 비행기를 기다린게 아니라는 것에 놀랐고, 원래 보통 사람들이 이렇게 체크인을 빨리하는 걸 몰랐던 내 자신에게 한 번 더 놀랐다.


  #출국, 그리고 진에어

출국심사를 마치고 만나게되는 공항의 면세구역은 참 흥미로운 곳이다. 이미 이곳 나라를 출국했으나, 다른 나라에 입국하지는 않았으니 어떠한 국가에도 있는게 아니다. 비행기가 아직 이륙하지 않았지만 두 발은 이미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은 높은 허공을 밟고있다. 


∆공항 면세구역을 지나 비행기가 기다리는 게이트로 가는 길

(33번 게이트는 출국심사대를 뒤로 했을때 왼쪽 끝에 있다)


왜 체크인 창구에서 방송으로 불렀는지 알겠다. 방송을 듣자마자 나가서 체크인을 하고 출국심사를 마쳤는데도 시간이 빠듯하다. 33번 게이트가 맨 끝에 있어서 발걸음은 더 급해진다. 다행히도 도착했을때에는 아직 탑승을 위해 선 줄이 끝나지 않았다. 진작에 와서 기다렸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줄의 가장 끝에 가서 선다. 이마를 살짝 빛내는 약간의 땀은 급하게 뛰어와서가 아니라 홋카이도의 차가운 공기를 대비한 긴 팔 셔츠때문이라고 연기를 해본다.


직원의 상냥한 미소와 함께 표 확인을 받고 비행기에 타기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짧은 통로를 통과한다. 바로 앞에 걸어가는 예쁜 커플의 빈 양손이 부럽다. 난 마법의 체크인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거대한 배낭(feat.매트)을 매고있다. 어깨가 조금 아픈 느낌이 드는건 기분탓이겠지, 설레는 맘을 안고 거대한(하지만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는 매우 아담한) 항공기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 천사가 나를 맡이한다. 같이 눈 마주치고 웃었는데, 웃음말고 티켓을 보여달라고 한다. 어서 꺼내어보여 드렸다. 


아담한 항공기의 모델명은 B737-800이라고 한다. 위키의 도움을 조금 청해보자면 대한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이 보유한 항공기로 단거리여객에 아주 인기가 좋은 기종이라고 한다. 날개의 끝이 멋지게 구부러진 것이 멋있다.


∆진에어 삿포로-인천 간 B737-800항공기 유인물



키가 별로 큰 편이 아닌, 아니.. 작은 편인것이 약간은 컴플렉스였는데 진에어 같은 저가항공기를 이용할때는 조금은 행복하다. 편하게 앉아도 무릎이 앞 좌석에 닿지 않는다. 양쪽 각 3열씩 좌석이 배열되어 있으며, 가끔 창측이지만 창이 없는 자리가 있다. 이런 자리는 가장 나중에 배정해주는 것 같았다. 내가 탔을때는 창이없는쪽 좌석에 아무도 앉지 않았었다. 얼마나 앉아있었을까 비행기는 느린 움직임을 끝내고 활주로를 내 달린다. 기분좋게 뒤로 당겨지는 몸, 이제 정말 홋카이도로 떠난다.


∆나에게는 충분했던 레그룸

(앉은 키가 작은 편인데도, 레그룸이 충분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어떤 것들은 특별한 행복을 준다. 예상치못했던 기내식이 그랬다.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비행시간에 저가항공사인데 기내식이라니, 기내식보다는 간식에 가깝지만 맛있게 먹었다. 내 대각선에 앉았던 커플은 점심을 먹고 타서인지 먹지 못했지만 내릴때에 가방에 옮겨담아 가는 걸 보니 마음이 편안했다. 두고내리면 내가 몰래 먹으려고 했던건 아니지만..


∆진에어 삿포로행 비행기의 기내식

기대하지 않았던 이런 소소한 서비스는 행복이 된다.



그리고 또 한가지, 부모님과의 오사카 여행에서 진에어에 대한 좋은 인상이 남았던 것이 바로 100일 후에 보내주는 엽서 서비스였다. 100일이라는 시간이 짧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 신기하다. 쓸 당시에는 다 기억 날 것같지만 신기하게도 100일이 지난후에 받아보면 내가 이런말을 썼었던 것 자체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이 서비스는 진에어로 여행가는 지역의 멋진 풍경이 담긴 엽서를 주고, 작성하여 승무원에게 전달하면 정확히 100일 뒤에 보내주는 서비스인데 지루한 비행동안에 100일 뒤의 누군가(나는 나에게 썼다)에게 보낼 편지를 쓰다보면 시간이 금방간다. 지난번 오사카여행때 100일 뒤의 나에게 퇴사 잘했냐고 물어보는 엽서를 썼는데 그 엽서를 받고나서 얼마 안돼 정말로 퇴사했다. 100일 후의 편지는 무서운거다. 조심해야 한다. 이번에도 100일 뒤의 나에게 편지를 썼다.


∆진에어에서 하는 100일 뒤에 보내주는 엽서 서비스

(100일 뒤면 다 기억 날 것같지만 신기하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꼭 해보길 추천한다.)


  #3시간이 조금 안되는 비행, 그리고 도착

생각치 못했던 공짜 점심(기내식)과 100일 뒤의 엽서를 쓰고나니 금방 시간이 가긴했다. 그래도 3시간 동안 특별한일 하나 없이 가만히 앉아있었다면 내가 아니지, 여행에 힌트를 좀 얻고자 옆에 앉아있던 사람과 여행이야기를 조금했다. 한국사람인줄 알고 쉽게 말을 걸었는데, 일본분이셔서 앗싸, 일본에 도착하기 전에 녹슬어있던 유아 수준의 일본어에 시동을 걸겸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했다. 흥미롭게도 삿포로가 아닌 아사히카와에 사는 분이었는데, 어제(무려 1박2일) 서울에가서 이런 저런 과자들을 쇼핑하고 오늘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뭔지모르게 고맙다고했다. 쭉 한국을 사랑해달라고 했다.


마침 캠핑 뒷 날 대설산을 구경하고 아사히카와에 좀 일찍 갈 계획이었기때문에 아사히카와의 맛집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 분은 "AEON Mall에 샤브샤브 가게"라고 일본어로 적어주셨다. 가게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마침 좋았다. 나는 일본의 샤브샤브를 정말 좋아한다. 무제한 뷔페(타베호다이)와 무제한 주류(노미호다이)가 보통인 일본식 샤브샤브, 살인적인 외식물가에 항상 주눅들어 소심한 주문을 해야하는 일본에서 샤브샤브는 좋은 탈출구가 된다. 기다려라 이온몰의 샤브샤브 가게.


수다스러운 대화가 끝나고 곧 도착을 알리는 방송이 나를 저 먼 아사히카와의 샤브샤브 가게에서 삿포로로 데리고왔다. 삿포로를 향해 날던 비행기가 크게 돌기위해 몸을 옆으로 기울인다. 창밖 홋카이도의 푸르른 모습이 나의 여행을 실감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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